유난스럽게 다사다난한 2022년이 저물어 간다.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이 3년차 이어진 가운데 세모의 길목에서 되돌아보는 임인년 2022년은 그야말로 혼돈의 세월이었다.
도둑을 잡아야 할 고양이가 도둑인 쥐와 한 패가 되었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패거리 진흙탕 싸움의 ‘이전투구(泥田鬪狗)’, 대중이 힘을 합하면 산도 움직인다는 막무가내 ‘중력이산(衆力移山)’ 모습을 엮어냈다. 물러난 직전 대통령의 ‘애견까지 세금으로 키우라’는 정치적 개탄 속에 애국 애족정신과 국민존엄은 사라지고 아전인수 내로남불이 활개 친 한 해, 집단적 망상주의에서 벗어나 모두를 포용하는 자정(自淨)으로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5월엔 동해안 대형 산불로 국가적 재난을 겪고, 7월엔 정권을 교체하여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으나 거대야당의 비협조 충돌, 설왕설래 말꼬리 잡기 정쟁으로 치달으며 상생과 협치는 물 건너가고, 안정을 찾지 못한 가운데, 북의 핵미사일 공격 겁박은 유례없이 날로 심화되었다.
이런 가운데 10월엔 ‘핼러윈데이 이태원 참사’로 ‘국민 애도(哀悼)’ 1주간을 보내면서 나라와 국민이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사망자의 원혼(冤魂) 추모, 유가족의 분노와 슬픔, 부상자 치유, 사고원인 규명, 트라우마(Trauma) 확산 등 후유증이 겹쳐 어느 해보다도 힘든 한 해였다. 그러나 수직갱도 325m 지점에 매몰되어 221시간을 갱도 속에서 안전 매뉴얼을 지키며 버텨온 광부 2명을 구출한 인간 드라마가 저물어가는 세모에 훈훈함을 안겨 주었다.
격동의 임인년 한해를 보내면서 국가와 민족, 자유와 평화, 안전의식, 홍익인간을 다시 떠올린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중요하게 여기며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처음 세울 때 근간으로 삼았고, 광복 이후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을 건국할 때 이를 국시(國是)이자 교육이념으로 천명했다.
홍익인간은 “재세이화(在世理化) 이도여치(以道與治) 광명이세(光明理世), 곧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고,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며 깨달음으로 세상을 밝게 만들라”는 높고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인류공영’이라는 뜻으로 민주주의 기본정신과 민족정신의 정수로 박애정신이며, 유불선의 자비심과도 상통하는 인류의 이상(理想)이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중요하게 여기며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과 이념은 잠들어 버린 옛날 사상이 아니라 ‘한국인의 얼(魂) 속에 살아 있는 불멸의 유산’이며, 국가와 민족, 시대를 초월하는 가르침이다. 이를 되살려서 혼탁한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는 시간, 공간, 인간의 ‘3간(間)’ 궤적을 담아 전하는 기록유산이고, 문화는 사상, 언어, 종교, 법과 도덕 등의 규범, 가치관까지도 포괄한다. 현대사회에선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객관적·필연적으로 생겨나고 조화를 이루면서 유통되고 국가와 민족이 융성한다.
경제 한파 속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시대 세상만사가 길상선사(吉祥善事)롭게 전개되지 않고 뒤틀려버린 채 저무는 임인년, 난맥상에서 벗어나 정도와 정의,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평온과 융성을 함께 나누고 축복을 누리며, 민생이 활기차게 약동하는 나라, 꿈과 희망이 넘치는 새해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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