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名唱)이 판소리 인간문화재 아니었어?”
지난 7월 7일 문화재청이 안숙선 명창을 국가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정 예고 보도가 나오자 들은 질문이다. 문화재청은 “안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에 대한 전승 능력과 전승환경, 전수활동 기여도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안 명창은 1997년 국가지정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됐으나 주로 판소리 명창으로 활동해 왔다. 가야금 산조와 병창으로 무대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스승 박귀희 명창(1921∼1993)에게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전수받아 인간문화재가 됐으나 그동안 판소리 인간문화재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안 명창은 긴 세월 박귀희 스승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고심해 왔고, 전승체계를 고민한 끝에 지난해 초 문화재청에 국가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안 명창은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여 창극단장을 거쳐 원로단원으로 퇴직할 때까지 200편이 넘는 창극에서 춘향 역을 가장 많이 맡아 ‘영원한 춘향’으로 불린다. 안 명창이 30일간의 인정 예고 기간 후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되면 기존의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격은 해제된다.
안숙선은 제도적인 틀에 갇힌 춘향가 인간문화재 지정 여부를 떠나 우리 시대 최고의 소리꾼이자 대명창이다. 그동안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로 불리며 40여개 나라를 누비며 공연했고, ‘천상의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그는 가야금 명인(名人) 이모 강순영에게 가야금 줄풍류를 배우고 외당숙인 강도근 명창에게 동편제 소리를 배웠다. 상경 후에는 가는 곳마다 천재 소녀가 나타났다며 당대 명창들이 서로 제자를 삼겠다고 나섰다. 스승 복이 터졌다.
김소희 명창에게 춘향가와 흥보가를, 정광수 명창에게 수궁가, 박봉술 명창에게 적벽가, 성우향 명창에게 강산제 심청가를 배우는 등 국창급 명창들에게 판소리 다섯마당 진수를 전수받았다.
안숙선 명창은 대중성을 갖춘 소리꾼답게 소탈하다. 1994년 ‘국악의 해’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스승 박귀희 명창 발자취 취재에 동행을 제의했고,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도 흔쾌히 동의했다. 서울에서 경북 칠곡까지 가는 취재차량 뒷좌석에서 대본을 외우고 가락을 흥얼거리며 쉼 없이 노력하는 데에 놀랐다.
박귀희 명창이 일곱 살 때까지 살았던 경북 칠곡군 생가에서 박 명창의 양 오빠와 인터뷰했다. 박귀희 명창의 독공 터인 칠곡 비슬산 용연사 부근에 도착해 판소리 한 대목을 부탁했다. 이른 봄 옷섶을 파고드는 바람이 찬데도 한복을 곱게 갈아입고 스승을 기리며 적벽가 중 ‘군사설움’ 대목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 명창은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아낄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 가락 고운 참 소리꾼이다. 현재 국악계 인물 중 대중성과 음악성, 예술가로서의 품격(品格)을 고루 갖춘 예인(藝人)이라 칭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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