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편집위원·전 조선 일보 문화부장>

 

연극계는 매년 연말 원로연극인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늘푸른 연극제를 열고 있다. 올해 첫 공연은 서울예전 교수로 재직 당시 마이클 커비의 구조주의 연극을 국내에 알린 김우옥 연출의 <겹괴기담>으로 공연장은 옛 단국대 캠퍼스 초입에 건립된 더줌아트센터였다.

필자는 10월 23일(토) <겹괴기담> 공연장을 가기 위해 주관 측에서 보낸 자료도 살피고 인터넷도 열심히 뒤졌지만 시간이 명기되어 있지 않았다. 주말이라 전화도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포스터만 실려있는데, 멋진 디자인의 포스터 어느 곳에도 시간이 적혀있지 않았다.

 

▲공연시간이 없는 연극 ‘겹괴기담’ 포스터

 

대학로 연극은 통상 주말 공연시간이 3시, 또는 4시다. 이리저리 해봐도 공연 시간이 확인되지 않은데다 공연장도 초행이어서 3시 30분 쯤 여유 있게 현장에 도착했다. 공연장인 더줌아트센터는 은행 간판에 가려 입구 찾느라 헤맸다. 다행히 주차요원의 도움으로 건물 내부에 들어갔는데 공연장 표시는 물론 안내요원조차 없었다. 

어찌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층 표시 옆에 작은 글씨로 공연장 이름이 쓰여있었다. 가까스로 공연장 데스크를 찾아 공연 시간을 문의하려 했더니 개막 한 시간 전에 오픈이니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입구에도 ‘극장 오픈은 공연시간 한 시간 전’이라는 안내판만 있을뿐 극장 내외부 어디에도 공연 시간은 적혀있지 않았다.

아는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 시작이 5시인 것을 알아냈다. 명색이 원로연극제로 불리던 늘푸른연극제인데 노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도 부화가 났지만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짜증까지 났다. 주관자에게 왜 포스터에 공연 시간이 나와있지 않느냐고 물었니 요즘 유행이라는 답변이 전해졌다. 

유행이라지만 시니어 관객 입장에선 불친절에 치기로 느껴졌다. 건축 디자인이 모던하고 세련된 것은 좋지만 주말에 안내원도 두지 않으면서 공연장 표시를 않는 것이나, 포스터(프로그램북도 마찬가지)에 공연 시간 표시 않는 것이나 그리 탐탁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