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숙 원로회우는 “부부는 한쪽이 누워있더라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완벽한 이웃’ 이다”고 말한다. <사진 조명동 편집위원>

원로 회우님들을 뵙고 인터뷰할 때마다 적지 않은 감명을 받고 교훈을 얻습니다. 11월호 어떻게 지내십니까?의 주역으로, 실버 파이팅의 주인으로 송정숙 원로 회우를 모셨습니다. 10월 6일 오후 프레스 센터의 언론인회 사무실에서 송 회우를 뵈면서 놀랐습니다.

 

연세가 여든일곱이신데 용인시 기흥에서 서울 프레스센터까지 직접 승용차를 운전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송 회우님과의 대화의 시작은 이 나라의 미래와 세종대왕의 한글 이야기부터였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신 일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우리 민족은 우랄 알타이 어족 가운에 하나입니다. 우랄 알타이 어족은 세계 인류의 0.3%밖에 되지 않는 소수 민족이구요. 그 가운데 하나인 우리 민족이 한글 같은 문자를 창조했다는 사실은 정말로 기적 같은 일입니다.

요즘 IT 시대입니다. 컴퓨터를 많이 활용합니다. 그래서 좌판 배열을 대하면서 거듭 한글의 위대함에 감탄하고는 합니다. 앞으로 시대가 지나면서 컴퓨터와 함께 한글의 위력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인류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 우리의 후손들은 큰일을 할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한글을 만들어 내신 세종대왕의 <영특>함에 거듭 경탄과 존경심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완벽한 이웃’

익숙한 길 운전, 낯선 길 걷기보다 편해

기자 출신으로 장관을 지낸 분의 말씀이기보다는 언어학자나 철학자의 말로 들렸습니다. 송 회우는 말씀 중에 요즘 전쟁터에서도 힘든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여 기자들의 활약이나, 코로나와 싸우면서 밤을 새워가며 힘든 일을 해내는 간호사들의 야기를 하시면서도 <영특>이란 어휘를 자주 사용하셨습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서 <영특하다>라는 말의 뜻을 찾아봤습니다. “남달리 뛰어나고 훌륭하다”입니다. 언뜻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송 회우의 말씀에서 <영특>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송 회우와 인터뷰하면서 다음의 <영특>한 말씀 4가지가 큰 교훈이자 가르침으로 들렸습니다.

“노인 일자리 정책 펴야”

첫째가 “집이 있는 용인 기흥에서 여기까지 제가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고 왔습니다. 익숙한 길을 운전하는 일은 낯선 새 길을 걷기보다 편한 일입니다.”란 말씀이었습니다. 경험과 체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활 철인의 귀한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둘째가 “요즘 출산율 저하로 인구문제가 심각합니다. 인구가 국력이라면서도 노인 인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존하는 노인을 실제 인구로 인정하고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란 말씀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노인에게 죽음의 길을 선택하도록 대우한다는 <플랜 75>란 정책과 대비되는 말씀입니다. 보건. 사회부 장관 출신다운 멋진 발상이란 감탄을 불러오는 말씀이었습니다.

셋째와 넷째는 손정숙 회우 자신의 가정생활에서 얻은 체험의 말씀이었습니다. 셋째는. “조손(祖孫)의 만남에서 아픈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기(氣)를 받아 건강에 도움을 받는 것을 실제로 봤습니다.”란 말씀입니다. 손 회우 자신의 가정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외아들이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동양철학과 종신 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며느리가 디스크와 심장 질환으로 병중에 계신 시아버지(오병승, 90세 손 회우의 남편, 서울 교육대 명예교수)를 배려해서 남편과 헤어져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었답니다. 아픈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생활하면서 말을 주고받고, 공부도 함께 하면서 치유에 도움을 받는 것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넷째는 “누워 앓는 배우자를 돌보며 간병하는 일이 참사랑의 길입니다.”란 말씀이었습니다. 손 회우 자신이 많은 시간을 누워 지내며, 힘들어하는 남편 오병승 교수를 간병하고 늘 사랑으로 돌보는 체험과 실천의 말씀이기에 더욱 값진 말씀이었습니다.

송정숙 회우의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의 한 줄을 여기에 옮겨 씁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건사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 살아서 좋다고 했다. 부부는 한쪽이 누워있더라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장 완벽한 이웃’이라고 했다.”

송정숙 회우를 인터뷰하기 전에 문화일보 박현수 기자가 송 회우를 인터뷰하고, 9월 1일 자 신문에 크게 실은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재물을 좇으면 건강을 잃고, 생명이 짧아져….”란 기사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의 일부를 전재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송정숙 회우는

김영삼 정부 초대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송정숙(87) 전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은 1936년 대전에서 출생했습니다. 1961년 서울 일일신문 문화부 기자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일보를 거쳐 1970년 서울신문으로 옮겨 문화부장과 논설위원과 논설고문을 지냈습니다.

1981년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방송심의 위원, 공연윤리위원,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고문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송 회우는 소설가로도 활동했습니다. 1963년 현대문학을 통해 단편 ’사생아‘로 등단한 이후 1969년 ‘개고등’을 출간했습니다. 이밖에 ‘천재는 엄마가 만든다’(전예원, 1979년), ‘시대의 초상’(동아출판사, 1993년), ‘큰 나무 작은 나무’(동아출판사, 1993년)를 펴냈습니다. 1972년 한국신문상. 1994년 청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