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길<조선일보 편집국장·상무, 뉴 데일리 회장>

 

고목가 Song of an Old Tree

일. 슬프다 저 나무 다 늙었네

병들고 썩어서 반만 섰네

심악한 비바람 이리저리 구비 쳐

몇 백 년 큰 남기 오늘 위태.

이. 원수의 땃작새 밑을 쪼네

미욱한 저 새야 쪼지 마라

쪼고 또 쪼다가 고목이 부러지면

네 처자 네 몸은 어디 의지.

삼. 버티세 버티세 저 고목을

뿌리만 굿박여 반근 되면

새 가지 새 잎이 영화 봄 되어

강근이 자란 후 풍우불외.

사. 쏘아라 저 포수 땃작새를

원수의 저 미물 남글 쪼아

비바람 도와 위망을 재촉하여

넘어지게 하니 어찌할꼬.

최남선의 新體詩 보다 10년 앞서 쓴 시

모리배 판치는 현대판 ‘땃작새’들 득실

이 시는 124년 전 당시 23세 선비 이승만이 순한글로 쓴 작품으로 몇 군데 옛날 말을 현대어로 고친 것이다. 위 시에 나오는 ‘고목’(古木)은 500년 조선왕국, ‘땃작새’(딱다구리)는 부정부패한 수구파들, ‘비바람’은 러시아 공세, ‘포수’는 자신을 비롯한 개혁파를 가리킨다. 썩을 대로 썩어 넘어지는 나라를 일으키자는 개혁 의지를 표현한 애국시의 전형이다. 영어 제목까지 붙였다. 

국문학계에서는 ‘고목가’를 신체시(新體詩)의 원조로 평가해야 옳다는 소리가 뜨겁다.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1908)보다 10년 앞선 작품이니까.

여섯 살에 천자문을 뗀 이승만 어린이는 그때 벌써 이런 漢詩를 짓는다.

風無手而撼樹 月無足而行空(바람은 손이 없어도 나무를 흔들고 달은 발이 없어도 하늘을 간다). 감옥 6년과 망명 중에 수백 수(首)의 한시를 남긴 시인-저술가 이승만이 이때 ‘고목가’를 우리말로 쓴 것은 말할 나위 없이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에게 읽히기 위함이다.

이승만은 23세 때 언론인으로 자유민권 독립운동을 본격 개시한다. 서재필의 권유로 한국 최초의 학생회 ‘협성회’를 조직한 그는 정치사회 근대화를 위한 토론회를 33회나 개최, 이 내용들을 백성들에게 알리고자 한글전용 ‘주간회보’를 발간한다.

“한문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거의 다 썩고 나쁜 물이 들어 희망이 없으므로” 한성감옥서 몰래 쓴 대한민국 독립건국 교과서 [독립정신]도 “국민 양성‘을 위해 한글전용으로 쓴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건국 후에 단기간에 문맹퇴치를 이룩한 교육혁명의 무기다.

1896년 서재필의 ‘독립신문’ 제작에 참여한 이승만은 “백성계몽이 시급한데 일주일 한두 번 나오는 독립신문으론 답답해서 안 되겠다”며 ‘협성회보’ 제호를 바꿔, 한국 최초의 민간 일간지 한글전용 ‘매일신문’을 1898년 4월 9일 창간한다. 그리고 넉 달 뒤인 8월 10일 또 하나의 일간지 ‘제국신문’을 창간한다.

따라서 이제라도 ‘한국 신문의 날’은 미국 시민 서재필의 독립신문 창간일이 아니라 한국인의 매일신문 창간일 4월 9일로 바꿔야 한다. 더구나 그 한국인은 위대한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임에랴.

‘쏘아라, 저 포수. 원수의 땃작새를…’ 오늘의 포수는 누구이고 땃작새는 어디 있나. 부정부패 모리배 전과자들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대한민국 국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발사 비용까지 대주었다는 사람들, 국내외 소문이 무성한지 오래인데….

“포수여, 나와라 쏘아라” 이승만의 신체시를 날마다 다시 써야하는 오합지졸 난세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