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전북 고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고 가장 뜻이 있는 곳이다. 유럽연합에서 고창을 세계 100대 관광지로 선정했다. 한국에선 고창이 유일하다. 고창은 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5관왕 도시로 선정됐다.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판소리와 농악이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고창군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고창 개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군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국내에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또 많은 인사들이 말년에 여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낼만한 터전을 찾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각지와 국내 곳곳을 찾아다니다가 종래는 고창 석정힐 리조트에 안주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 기자, 전남도지사를 역임한 조규하 선배 등이 그렇게 강조한다. 방장산 기슭의 휴양림, 동양에서는 유일한 게르마늄 온천, 골프클럽, 종합병원, 맛집들이 모두 5분 거리 안에 있다.
고인돌 유적지나 모양성도 지척에 있다. 고창은 토질이 그 어느 곳보다 좋아 수박, 땅콩, 복분자, 키위, 우유, 쌀보리도 최상품이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대접한 소고기도 고창 소고기였고 소나무도 최고 품종이며 감 밤 대추도 아주 맛이 좋다. 고창 토질이 게르마늄 성분 농도가 아주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인돌 유적 등 유네스코 5관왕 4대 봉사 가양주는 소문난 술맛 고창은 인재 배출에도 전국에서 으뜸이다. 일제 강점기 초기 1922년에 고창면에 면민들의 성금으로 고등보통학교가 세워져 이북 평북의 오산고보, 이남에 고창고보로도 유명하다. 판소리의 거목 신재효, 국창 김소희, 동학의 전봉준, 인촌 김성수 부통령, 2‧8선언의 주인공 백관수 전 동아일보 사장, 진의종 전 국무총리, 시인 서정주, 악필(握筆) 서예가 황욱, 임석재 신사훈 유진 등 서울대 교수들을 비롯해 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한국 경제학의 태두 백남운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의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월북 인사도 적지 않다. 명나라 이여송의 조부가 고창에서 살다가 갔다는 기록이 있고 명 태조 주원장 조부 묘로 추정되는 곳도 고창에 있다.
인촌은 일제 통치하에서 중앙학교, 고려대, 동아일보, 경성방직을 일으키고 3‧1운동 거사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중대한 역할을 했지만 친일로 몰렸다. 고창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운동이 일어났고 필자가 앞장서 고창 집을 인촌사랑방으로 내놓고 각종 행사를 벌이면서 그의 업적을 널리 알렸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노구를 이끌고 적극 참여했다.
고창군 브랜드는 ‘한반도 첫수도’다. 그것은 전 세계 고인돌의 60% 이상이 한반도에 있고 한반도에서 고창에 고인돌 유적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BC 2~3천년경의 고창 인구가 한반도에서는 가장 많은 5만 명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도 있다. 지금까지는 고인돌이 무덤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지역 사학자들의 연구로 문명발상지 유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나일강 유역 등 세계 4대 문명발상지에 최근 아메리카 대륙 문명이 포함됐다. 문명발상지는 구전 기록과 유물로 신화적 역사성, 인종적 구성, 문자사용, 성문법 등으로 인정받는데 고대 한반도 문명도 신화시대(빙하기, 환인, 환웅, 단군시대) 역사와 곰 등 한민족의 인종적 각종 토템 기록, 울산 반구대와 고창 고인돌 암각화 등의 상형 기록, 녹도(사슴발자국)문자, 훈민정음 모태인 가림토문자 사용, 성문법(환웅 시대의 생명, 질병, 형벌 등 인간사 360가지 관장했다는 신화 기록, 단군 시대의 8조금법)등이 실존했다.
지난 10월 8일 고창에서 고창 고인돌 문화의 정체성 탐구 세미나에서 필자가 ‘문명 요람과 고창 고인돌 유적의 인류사적 가치’로 발제사를 하고, 대학 교수 등 6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필자는 “세계 거석 유적의 50% 이상, 고인돌 유적의 60% 이상이 현존하는 고대 한반도에서도 최고의 다양성과 밀집도 및 분포 수에서도 압도적이며 별자리 구현, 다양한 문화생활 흔적이 또렷한 고창의 고인돌 유적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거석 문명으로서 한반도 문명이 세계 6대 문명발상지로서 손색이 없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방장산기슭 고창읍 월산리에서 태어났다. 해방되면서 조부모께서는 나를 초등학교부터 전주, 서울로 유학시켰다. 고조부 동오(東塢) 조의곤(曺毅坤) 공은 호남의 거유로 노사 기정진(奇正鎭) 선생의 제자다. 고조부 이래로 부친까지 4대가 학자로 많은 후학을 길렀다. 6‧25전쟁으로 공산군이 들어왔을 때 고창 정읍 장성 주민들이 처참하게 학살당했다. 국군 진주하면서 또한번 엄청난 도륙이 이어졌다.
6‧25 당시 우리 집은 상당한 지주였고 숙부는 현역 육군 대위였다. 공산군이 볼 때 반동 중의 반동 집안이다. 그런데도 우리 집안은 물론 주변에서 희생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국군 진주 후에도 많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우리 집안은 평온했다. 좀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주변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혜와 덕망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음양 풍수설의 원조이자 대가인 도선(道詵) 대사는 고창지역 명당으로 운중반월(雲中半月)을 기록해놓았다. 장성에서 고창으로 넘어가는 지역으로 표기되어있다. 그래서 창녕조씨를 비롯해 여러 성씨가 이곳으로 이주해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100여년 전 석정리에 살던 조부께서 새터를 마련해 집을 짓고 일가들을 불러들였는데 뒤에 많은 풍수대가들이 우리 집, 바로 월산리 내 생가가 운중반월의 본당이라고 했다.
필자는 자연사적, 과학적, 이성적 사고로 살아왔기에 미신도 종교도 믿지 않는다. 물론 명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가르쳐주고 그토록 사랑해주신 조부모, 부모, 숙부모, 고모, 형제들의 고마움은 항상 잊지 않는다.
필자는 고창으로 내려온 22대 조부에서부터 부모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식이든 시제와 제사를 지내면서 그 음덕을 되새긴다. 필자는 고창세대 8대 종손이고 손자는 10대 종손으로 제사 지낼 때는 귀여운 꼬마 손자가 제주를 따른다. 이 세상에 효도보다 더한 덕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4대(代) 봉사를 받드는 우리 집은 제사가 많아서 가양(家釀) 제주(祭酒)가 떨어지지 않았다. 술맛이 최고다. 많은 인사들이 우리 집 가양주인 국화주, 두견주 마셔보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다. 나는 동아일보 사회부, 생활부, 논설위원실 재직 때 동료들과 여러 차례 고창 집에 내려가 우리 집 술맛을 보게 했다.
한 번은 김성열 동아일보 사장이 호남지역에 내려갔다가 우리 집 가양주 소문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신원을 밝히고 술대접을 받았다. 잘 마시고 귀경하다가 그 술맛에 반해 다시 차를 돌려 우리 집에 가 또 마시고 술 한 병 얻어왔다고 뒤에 내게 귀띔했다.
그리고 고창 여행은 필자만이 최고의 코스를 안내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예를 들어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갈 때도 3월 말에 가야 한다. 선운사 고랑에 동백꽃이 상기 아직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주모의 육자배기 가락에 남아있더라고 미당이 읊조리지 않았는가.
또 선운사 최고의 절경은 도솔암 뒤 천길 바위로 오르는 기암괴석인데 사람들이 도솔암까지 10여리를 힘들게 오르느라 지쳐 정작 절경은 보지 못한다. 필자는 미리 군청에 연락해 버스로 도솔암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태고의 경관을 보도록 한다.
청춘 시절에 즐겨 쓰던 구절, 호마(胡馬)는 언제나 북쪽 바람을 향해 서고 남쪽 월(越)나라에서 온 새는 나무에 앉아도 남향 가지를 골라 앉는다는 옛 구절이 생각난다. 이제 80이 훌쩍 넘어서 노천명의 시도 되새겨진다.
언제든 가리 / 마지막엔 돌아가리 /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 언제든 가리 /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 메밀꽃이 하얗게 피는 곳 /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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