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언론 편집자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주제는 ‘맛’이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간곡한 부탁에 걸려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맛이란 실체를 꿰맞추기 어려운 과제다.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하며 사고의 나래를 펴 봤지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약속을 했으니 어쩌겠나.
나에게 맛은 밥상머리 대화다. 아내가 내 앞에 따뜻한 미역국을 올려놓으며 “국이 좀 짠 것 같다”고 걱정한다. 그리곤 슬쩍 내 눈치를 살핀다. 0.1초도 지체하지 않고 “아니야 맛있어!”하면 아내는 안심한다. 된장찌개, 콩 조림도 마찬가지다. “늘 맛있어” 하면 아내는 “감사합니다!” 맞장구를 친다. 이렇게 주고받는 우리 집 밥상머리 대화는 사랑의 묘약이 된다.
누군가 ‘사랑은 그리워해야 생긴다’고 했다. 여자들은 삼식이 남편을 놀린다고들 하지만 나는 하루 두 번 간식까지 보태니 우리 집은 나를 오식이라 부른다. 그래도 나는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60년 세월동안 언제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존댓말을 쓴다. 늙은이들의 삶의 지혜 같다.
사회적인 맛도 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서 느끼는 사회적 공감의 표현수단으로 ‘살맛나는 사회’란 말도 있음직하다.우리 사회는 정치얘기만 빼면 살맛나는 얘기들이 수두룩하다. ICBM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고 K-POP K-Classic, IT, 항공(우주), 영화산업, 군사무기 분야 등 세계최고가 아닌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 번클라이번 피아노경영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18세 임윤찬 군의 연주를 듣고 또 심사위원, 음악전문가들이 1~200년 즉 수세기에 걸쳐 한 번 나올 연주가란 평을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9월 하순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며 그동안의 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즐겼다.
유엔이 우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한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국민의 자부심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패거리 정치를 빼놓고는 말이다.
태극전사들의 카타르월드컵 16강 달성도 짜릿한 행복의 맛을 안겨주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목표달성이 가능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믿고 도왔고, 이루려는 꿈이 있었고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투지를 발휘하여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싸웠다.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는 뜨겁게 하나 된 대한민국이었음이 분명하다. 자유대한민국 만세다.
음식 맛이든 사람 맛이든 분명 맛은 주관적 가치관이다. 내가 맛있다고 모두가 맛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 수단으로의 맛을 얘기할 때면 이 맛은 재미가 있어야한다. 메마른 삶이나 짜증날 때 한 번 크게 웃을 수 있다면 인생은 분명 맛깔 나는 인생일수 있기 때문이다.
“살맛을 더해주는 양념”이 있다 그건 웃음이다. 얼굴에 띄는 잔잔한 미소다. 우리의 삶은 무언가? 부부는 “서로 모르는 사이었다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을 산다고 누군가 말한다. 부부의 금슬은 밥상머리에서 자란다고 했다. 서로를 알아 가며 사는 한세상, 밥상머리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癸卯年 한 해는 살맛나는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훈훈한 사회를 위해 1)나는 나누고 베푸는 노인, 2)친절한 노인, 3)건강하고 깔끔한 노인!으로 살고 싶다.
우리나라 인구 변화가 이대로 지속되면 2025년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7% 이상) 고령사회(14%)를 지나, 초고령화 사회(20% 이상)가 코앞에 와 있다. 우리가 살맛나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패거리정치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장치권력을 악용해 공공자산과 국민세금을 약탈하는 도둑정치(Keleptocrat)인들이 발붙일 곳이 없는, 순수하고 정의로운 정치인들만이 살아남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평화로운 선진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진정 맛깔 나는 사회, 후손들에게 물려주어도 좋을 “살맛나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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