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돈재(전 국정원1차장·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북한의 핵 무력 완성과 핵 공갈로 한반도가 극한적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금년 4월 서욱 국방장관이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유사시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틀 후 김여정은 “핵보유국을 상대로 망솔한 객기를 부렸다면서 핵 사용을 경고했다. 4월 25일에는 김정은이 핵 무력을 ‘억지’뿐 아니라 ‘근본이익’ 보호를 위해서도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9월 8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해 핵 공격이나 국가지도부에 대한 공격이 있거나 필요할 경우 언제나 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선 지휘관에게도 핵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등 핵 문턱을 대폭 낮추어 놓았다.

또 9월부터는 휴전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금년 중 총 40여 회에 걸쳐 90여 발의 미사일과 30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 또 9·19 군사합의를 어기고 150여 대의 전투기가 휴전선 인근에서 위협 비행을 했고, 김정은은 9월 말부터 7차례에 걸쳐 일선부대를 방문해 한국의 비행장, 항구 등을 표적으로하는 전술핵 훈련을 지휘했다.

11월 4일에는 김여정이 윤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서울 타격을 위협했다. 이제 김정은은 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핵 위협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변화시키는 소위 ‘핵그림자 전략’(Nuclear Shadow Strategy)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평온하기 짝이 없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는 적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핵 위협을 받은 유일한 나라인데 사재기도, 걱정하는 사람도 없고 핵 방공호에 관심 갖는 사람도 없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태연한 것은 ”설마 동족에게 핵을 쓰겠어?“ 하는 안보 불감증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신속하고 적절하게 북핵 위기에 대처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허황된 안미경중(安美經中) 정책이나 무조건적인 대북 평화중시 정책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국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DG) 회의의 재개를 요청해 9월 16일 4년 8개월 만에 워싱턴에 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미측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역량 등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제부터는 북한의 ‘핵 그림자 전략’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신형대 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에 어린 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제공>

 NLL무력화, 무장공비 파견 등 예상

북한의 군사도발 단호하게 대응해야

미국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여러 조치들도 한반도 정세 안정과 한국민의 동요 방지에 큰 도움이 됐다. 미국은 9월 말에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모토를 가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주축이 된 미 항모강습단을 부산에 파견해 한국 해군과 미국 전략자산의 신속한 전개를 위한 훈련을 하도록 했다. 

10월 초 개최된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비지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는 U-2 고공정찰기, B-1B 전략폭격기 등 100여 대의 항공기를 파견해 140여 대의 한국 공군기와 합동훈련을 했으며, 핵 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함의 요코스카 입항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를 과시했다.

미 국방부는 10월 27일 2022년 핵태세보고서(NPR)를 발표하면서 북한을 향해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에게 핵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만약 핵 공격을 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 보고서에서는 핵 사용 이외에도 북한이 동아시아에서 신속한 전략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핵 무기는 이 같은 공격을 억제하는데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월 14일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우주사령부 예하부대로 주한미군우주군사령부를 오산기지에 설치했다. 이 사령부는 고고도미사일 발사와 위성시스템 파괴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며 특히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탐지·경보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이 확고한 데다 한미협조로 확장억지를 위한 실행력이 대폭 향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무모한 김정은이라도 핵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히틀러, 사담 후세인, 가다피 등 사례에서 보듯이 독재자는 자신의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래식 무기로 도발하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기들의 무기 열세와 한국 무기의 우수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할 수도 없다. 발전된 대한민국의 존재가 김정은에게는 가장 두려운 안보 위협이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은 ‘만능의 보검’을 그냥 칼집에 넣어둘 수도 없다.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깝고 북한 관료와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김정은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남한의 변화, 즉 북 정권에 우호적인 좌파 또는 종북세력의 집권이 유일한 희망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 그림자 전략을 통해 한국 내 친북·좌파의 집권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군사도발이다.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백령도 기습 점령, 휴전선 및 비무장 지대 총격, 무장공비 파견 등 군사도발이 예상된다.

둘째, 국가기간 산업 및 국가전산망 등에 대한 테러, 암살, 대형사고 유발 등 사회혼란 조성이다. 보수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종북세력의 집권을 돕기 위해서이다. 셋째, 대남심리전이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유언비어 유포, 평화 분위기 조성, 주민불만 유발 등으로 보수정권 전복 및 좌파·종북세력 집권이 가능해 진다.

김정은의 핵 그림자 전략은 의외로 성공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국민 중 종북·좌파 세력이 30% 정도는 될 것 같다. 효순·미선이 사건,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민노총·전교조는 막강한 세력과 자금력을 갖고 있다. 교사들은 이승만·박정희 독재자, 김일성·김정은 민족의 태양이라 가르친다. 세월호 지원금이 ‘김정은 신년사’ 학습에 쓰이기도 한다.

법원의 관대한 판결로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고 있다. 진보세력의 엄호로 요즘 간첩 혐의자는 불구속으로 수사 받는 경우도 많다. 공안기관도 완전 무력화됐다. 대부분 간첩이 제3국 우회 침투인데 2024년 1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해외조직이 없는 경찰은 간첩을 잡을 수 없고, 검·경의 공안전담 조직도 폐지돼 이제 대한민국은 간첩천국이 되고 있다.

김정은의 핵 그림자 전략 대응 방안은 두 가지이다.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이 1발 쏘면 10발로 갚아야 한다. 물론 보복 시에는 미국 전략자산의 엄호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검·경의 공안전담 부서를 복원하고 북한 사이버 심리전 대응활동과 반국가 단체 소속원의 동향감시가 가능토록 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지식인들이 각성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아들 딸, 손주가 김정은 밑에서 살도록 하고 싶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