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전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문화예술계는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염병 예방에 필수인 ‘거리두기’가 예술 전반, 특히 공연예술계에는 최대의 적이자 독이었다. 소극장은 막을 내렸고, 공연예술인들은 설 곳을 잃었으며, 국민들은 일상을 빼앗겼다.
2022년 6월에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다. 예술인들은 변화를 기대했으나 피부에 닿는 문화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120대 국정과제 속에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K-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에 확산’ 등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무너진 생태계 복원 처방으로는 미약했다.
국정과제 점검회의 문화 빠져 12월에 가진 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도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에 중점을 두어 문화는 언급이 없었다. 새해 문체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으나 특별 대책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무너진 문화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기능을 담당하는 문체부는 언제부터인가 정책 수립보다 예산배분에 치중하고 있다. 국공립 문화기관과 시설들도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기보다 규제를 우선하고 있어 문턱이 높다.
예술인 지원체계 혁신을 2023년에는 이 같은 주객전도 현상이 바로 잡혀 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유롭게 창작 발표하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이념이 우세했던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들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이루고, 예술인 지원제도부터 혁신해야 한다. 말로만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현 제도의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지원은 늘리고 간섭은 줄이되, 지원함으로써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퀄리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재의 지원제도는 예술인들을 지원에만 의존하게 하고,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지원 심사가 공정하고 투명치 않다는 예술계 불만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K-컬처,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은 중요하다. 지난해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박찬욱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경사가 많았다. 올해도 한류가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지만, 거대자본과 세력에 밀려 우리 문화의 중요한 가치가 훼손되는 현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K-컬처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초예술 육성이 필수이다. 그런데 문화예산이 줄어 지원이 약화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파괴된 문화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기초예술 지원 육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문화복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생활문화, 생활예술 활성화 대책이 필수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마련한 지역문화진흥법의 취지가 지역민들에게 스미도록 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함께 생활예술 진흥을 위한 법과 제도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023년에는 지역 주민들이 예술의 이해와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 하고 싶었던 예술에 대한 동경과 꿈을 거주 지역에서 이룰 수 있는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끌어올려야 선진국 수준에 맞는 삶의 질 향상과 문화 복지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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