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호 <편집위원,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새해 우리의 외교안보 상황은 불확실성이 특징이다. 북핵 위협이 가중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이지만 외생변수들이 어떻게 작동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시진핑 중국주석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만 문제의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남한의 주한미군을 뺄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 되면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이 급격히 무너져 우리는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된다.

미중 갈등이 가속화할 경우에도 우리 안보 상황은 큰 위협을 받게 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영 간의 대립으로 확전돼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대외 전략기조는 통미봉남이다. 남한과는 상대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통하겠다는 북한의 최종 목표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인정한 토대 위에 서로 마주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북한은 13회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중에는 세계최장 ICBM 화성17호도 포함된다. 화성17호 1기의 가격은 1천만 달러가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과다한 미사일발사가 망하는 길이라고 하지만 어떻든 북한은 그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발사 유예약속을 어기고 계속 쏘아대고 있으며 새해에도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

또 9‧19합의를 어기고 동서해 완충구역에 수백 발의 포탄을 수시로 쏘아대고 있다. 북한의 올해 식량생산은 121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0년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못한 생산량으로 중국이 지원한다해도 새해 봄부터는 아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비디오 등 북한주민들의 한류문화 접촉이 북한체제에 위협이 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지난해 10월에는 이를 본 고등학생 3명을 처형하기도 했다. 북한 내부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북한이 대외 강공책을 구사하는 것은 오히려 그것이 대내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해 대중관계는 사안별로 면밀히 분석하여 원칙 있게 대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지핑 중국 국가주석 이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北, 7차 핵실험 강행 땐 후폭풍 거세

對中관계 사안별 원칙있게 대처해야

 

새해에 가장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7차 핵실험을 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 실험장에는 지상통제소와 핵실험 공간 계측장비간 전기 케이불을 연결하는 작업만 남아 있을 정도로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이 언제 단추를 누르냐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후폭풍은 예상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엔은 물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핵실험 중지를 요구한데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이러한 북핵 위협에 ‘확장억제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말하자면 핵우산 정책을 확장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정상은 북한도발에 대해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연합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연내에 한미 고위급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해 확장억제 운용수단연습(TTX)을 실시하기로 했다. TTX는 핵사용 임박단계, 핵사용 단계 등 각각의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운용연습을 말한다.

미의회는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합의했다. 수권법은 주한미군병력 2만8500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국은 모든 방위역량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명시했다.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면 국방수권법 차원에서 북핵 위협고도화에 따른 한국에 대한 핵우산 조항을 명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아주 크다.

또 미국은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력무기 편대를 괌에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략무기는 핵무기를 장착하진 않지만 수백km 밖에서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위기 때 서해북방한계선을 넘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북상해 무력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정책이 과거와 달리 훨씬 적극적으로 바뀐 이유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진 이유도 있지만 미중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간에 경제소통도 활발해 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감축법안이다. 미의회를 통과한 이법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미국 내에서 조립되고 생산되는 전기차 신차에 대해 7500달러, 중고차에 대해 최대 4000달러 세액공제를 해주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우리 정부는 물론 우리 자동차업계가 심하게 반발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 해결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실무자들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외교현안은 한중 관계이다. 한중 관계의 핵심은 사드문제다. 사드를 바라보는 한중간의 시각차는 크다. 한국은 사드를 방어적 개념에서 이해하는 데 비해 중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른바 ‘3불정책’을 덜컥 합의해 버려 한국 정부가 어려운 입장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한 방어적 조치라는 입장을 중국 측에 끝까지 설득해야하며 가능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사드의 3불정책은 엄밀히 말해 정부가 합의한 것이 아니란 것을 기저에 깔고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의 문재인 정부처럼 중국과의 외교정책을 서둘러 합의하려고 하지 말고 중국의 대회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세심하고 면밀하게 살펴 그 안에서 원칙을 마련하고 사안별로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세밀한 전략과 대응책을 마련해 중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경제보복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고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북문제 해결에 중국에 지나친 기대를 거는 것도 금물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우리를 위해 그것을 실지로 행사한 적은 거의 없다. 중국은 철저히 북한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진핑의 방한에 너무 매달려서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의 한국방문을 읍소할 정도로 매달렸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들어 한일관계는 개선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일본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면서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난 65년 이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그동안 약식이긴 하지만 정상회담이 몇 차례 열렸고 기시다후미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언급할 정도로 양국간 이해가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간 현안을 섣불리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독도 등 역사문제, 위안부, 징용문제 등은 너무 민감한 문제들이어서 폭발성이 강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일간에는 우선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막혀버린 민간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을 통해 이룩된 대북정보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